소개
셸리 리드의 장편 소설 <흐르는 강물처럼>은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처음 이 책을 도서관에서 집어 들었을 때,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떠올리며, 이 소설과 영화가 동일한 내용을 다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어로는 각각 책은 <Go As a River>, 영화는 <As a River Runs Through It>으로 다른 이름이지만 한글로는 똑같이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두 작품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브래드 피트 주연으로, 인디언과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반면, 소설은 20세기 초 인디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미국의 한 마을에서 살던 소녀 빅토리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시대적 배경과 인디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라는 주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흐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흐르는 강물처럼’ 사는 것이 과연 인디언들의 삶을 대하고 살아가는 방식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빅토리아라는 주인공을 통해, 차별과 고통을 딛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강인한 삶의 여정을 그려냅니다. 저자인 셸리 리드는 50대 중반에 첫 책을 출간한 작가입니다. 비록 첫 소설책이었지만 <흐르는 강물처럼>을 통해 저자는 그녀가 살아온 인생의 깊이와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냈고,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흐르는 강물처럼>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이 되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쓰여 있습니다. 마치 제 아이올라 마을에 직접 가서 그곳을 경험한 것처럼, 그곳의 풍경, 사람들, 감정들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묘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는데,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이 잘 전달되어 문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글을 쓰고 생각을 쌓아왔는지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줄거리
소설은 빅토리아라는 소녀의 생애로 전개됩니다. 빅토리아는 소설의 첫 장에서 윌슨 문이라는 남자와 만나게 됩니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빅토리아는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인디언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습니다. 당시 인디언은 사회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고, 빅토리아가 좋아하는 윌슨 문 또한 그 차별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윌슨 문을 비난하고, 빅토리아는 그들을 향한 기시감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책은 사랑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즉 빅토리아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사회적 차별과 억압 속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인간과 사회,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깊게 탐구합니다. 빅토리아와 윌슨 문의 사랑은 마치 강물처럼 흐르지만, 그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사회의 편견과 차별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빅토리아의 동생 세스가 피를 묻히고 돌아와 무용담을 늘어놓는 걸 보면서, 빅토리아는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낍니다.
윌슨 문이 비극적으로 살해당하고 난 후, 빅토리아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숨기며 살아갑니다. 결국 임신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 빅토리아는 집을 떠나 고립된 산속의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빅토리아는 강인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태풍에 휘말려 죽을 뻔한 경험과 그 후의 생존기, 그리고 베이비블루의 출산은 야만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지며, 빅토리아의 강인함과 자연과의 조화를 잘 보여줍니다.
빅토리아는 혼자 숲에서 살아나감으로써 단순히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을 마주하고 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녀가 고독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빅토리아는 자연에 맞서지 않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아갑니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이, 삶의 어려움을 겪고 극복하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빅토리아는 산에서 내려와 한 부부가 갓난아기와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장면을 봅니다. 빅토리아는 결국 베이비블루를 그들에게 맡기기로 결심하는데, 그 결단은 충동적이면서도 깊은 고민의 끝에 이루어졌습니다. 아기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아기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빅토리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납니다.
아기를 떠나보낸 후, 빅토리아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 아버지는 빅토리아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동생 세스와 삼촌을 모두 집에서 내쫓습니다. 그동안 말이 없고 가부장적인 인물로만 비쳤던 아버지가 얼마나 빅토리아를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 혼자 복숭아 농장을 가꾸고, 루비앨리스를 돌보고, 결국 저수지 공사로 아이올라를 떠난 빅토리아는, 어느 날 잉가 테이트라는 여성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 편지에는 잉가가 자신의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그 아들의 이름은 루카스였습니다. 이야기는 결국 빅토리아와 루카스가 만나는 장면에서 마무리됩니다.
빅토리아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며 말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닥친 일을 피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았음을, 그리고 그 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빅토리아는 루카스를 만나는 일이 두렵기도 하지만, 결국 그와 마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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