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어렵지 않습니다. 쉬운 문체로 쉽게 쓰인 이야기입니다. 묘하게 긴장감을 불러오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긴박하거나 절정에 다다르는 과장됨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심플합니다. 하지만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만은 없는 묵직한 생각을 독자에게 던집니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갈등을 과장도 축소도 없이 있는 그대로 서술합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합니다. 저자는 가볍게 쓰되 무거움은 독자가 느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입니다. 클레어 키건의 이전 소설인 <맡겨진 소녀>를 읽고 나서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간결하게 쓰되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쉬워 보이지만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가장이자 주인공인 빌 펄롱의 삶을 중심으로, 인간의 도덕성과 용기, 어쩌면 우리 모두를 둘러싼 외면하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단순해 보이는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인간의 본성, 외면하고 있는 진실, 아픔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도록 유도합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곧 킬리언 머피가 주연인 영화로 나옵니다. 킬리언 머피는 클레어 키건의 오랜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머피가 그린 주인공 빌 펄롱의 고뇌와 결단에 이르는 과정이 궁금해서 영화를 꼭 보러 갈 예정입니다.
줄거리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주인공 빌 펄롱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그는 아내와 다섯 딸을 두고, 석탄 상인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그의 인생은 그저 일상의 반복 속에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펄롱은 무언가를 놓치고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펄롱의 엄마는 열여섯 때 미시즈 윌슨 집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중 임신을 하여 펄롱을 낳았습니다. 모두가 어린 미혼모인 펄롱의 엄마를 외면했을 때 미시즈 윌슨은 그녀를 돌봐주며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남겨진 펄롱을 잘 자랄 수 있게 돌봐줍니다. 미시즈 윌슨은 마치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펄롱이 평범하게 자유롭게 클 수 있도록 지켜줬습니다.
성인이 된 후 아내와 다섯 딸과 살아가며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간 펄롱은 어린 여자 아이들이 신발도 없이 양말에 똑같은 회색 원피스를 입고 걸레로 바닥을 끝없이 닦고 있는 기이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중 한 소녀가 달려와 펄롱에게 도와달라, 살려달라, 여기서 내보내달라고 울부짖으며 청합니다. 그러던 아이들은 수녀를 발견하고는 다시 황급히 바닥 청소를 시작했고, 펄롱은 수녀원의 문이 안에서 잠그는 게 아닌 밖에서 잠그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펄롱은 수녀원 안에서 아이들이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펄롱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상관할 바 없는 수녀원의 일'이라며 모른 척할 것을 권유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녀원에 어린 소녀들이 감금되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펄롱 역시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생각해서 처음에는 무시하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 계속 이 부조리에 대해 이대로 모른 척할 수는 없다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펄롱이 아이들의 고통을 알게 된 후,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자신이 본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펄롱의 이야기를 듣고는 단호하게 그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이 아내와 같이 생각하지 않고 어린 펄롱을 돌봐준 것이은 어떻게 생각하냐며 반문합니다. 여전히 아내는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펄롱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펄롱은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과 주변과 아내의 무시하라는 말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등합니다. 펄롱이 도망쳐온 아이 하나를 석탄 속에서 발견하고 수녀원에 데려다 주자 원장 수녀는 펄롱에게 차를 대접하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라며 돈이 든 봉투를 건넵니다. 봉투를 받아 들고 나온 펄롱은 아내에게 봉투를 건네고 아내는 수녀원이 다정하다며 고마워합니다. 봉투를 받아 들고 기뻐하는 아내를 보며 펄롱 마음속에선 이제 아내와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펄롱은 아이들을 모른 척하고 봉투를 받아 나온 스스로에 대해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구하기로 결심합니다. 펄롱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이 가는 선택을 내립니다. 아이들을 구하기로 한 선택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며, 선택의 결과는 알지 못한 채로 열린 결말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소설은 펄롱 내면의 갈등과 그가 한 사람으로서 결국 부조리에 맞서는 모습으로 결단을 내리는 과정 자체를 다룬 것입니다.
충격적 이게도 소설은 18~20세기말 '막달레나 세탁소'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내용이었습니다. '막달레나 세탁소'는 가톨릭 수녀원이 불법적으로 잔혹하게 아동 학대를 저지르며 운영한 세탁소인데 아일랜드 정부의 암묵적인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그 당시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부와 가톨릭 수녀원의 눈치를 보느라 모르는 척했던 사회 부조리였기에 더 와닿았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짧고 간결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역사적인 사건이 실제 배경이 되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았던 올해의 베스트셀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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