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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쓸 만한 인간 - 글 쓰는 배우 박정민 산문집 소개, 내용, 추천

by 지슈룬 202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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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쓸 만한 인간>

 

소개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에서 그가 송몽규를 연기하던 모습을 보고서였을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윤동주'라는 답을 했습니다. 윤동주의 시는 나직하면서도 반향을 일으키는 잔잔한 파도 같습니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릴 때, 육첩방이 남의 나라여서 숨죽이며 우리말로 조심스럽게 쓰인 시들은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듯한 떨림이 있습니다. 강하늘 배우가 윤동주를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증으로 영화를 봤는데, 박정민 배우가 연기하는 송몽규라는 인물을 보고 집에 돌아와 송몽규를 검색해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박정민은 특이합니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봤는데 '이 배우가 그때 그 배우가 맞나?' 갸우뚱하게 합니다. 캐릭터에 맞춰 분장을 다르게 하는 것도 있겠지만, 연기와 표정 묘사가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아예 딴판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배우들은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이 있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그 배우만의 익숙한 느낌이 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특정 배우가 연기하는 영화가 개봉하면 기대가 되고 보고 나서 뻔하지만 그래도 잘 봤다고 평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근데 박정민은 캐릭터 해석이 매번 달라 예상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뻔한 기대가 아닌 순수하게 기대만 됩니다. 


그가 쓴 산문집을 서점에서 집어든 건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배우 박정민에서 작가 박정민으로 부르는 박정민은 연기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특유의 매력과 웃음, 민망해지지 않는 선에서 담아내는 진심을 맘껏 보여줍니다. 자신의 삶과 고민을 풀어낸 글을 읽으면서 그가 왜 연기를 잘할 수밖에 없는지, 왜 매번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재치, 유머가 지능의 영역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쓸 때도, 연기를 할 때도 굉장히 똑똑하게 기획하고 해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도 팬이지만, 더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조금은 저항해보려 했으나 역시 그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을 읽은 후 배우가 직접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밀리의 서재에서 제공하는 것을 알고 오디오북으로도 들어봤습니다. 배우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몰입되었습니다. 저는 오디오북을 출근길에 주로 듣는데, 올해 박정민과 함께하는 출근길이 가장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아 출근길 따위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면서도 전날 잠들기 전 출근길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 속에서 풀어지는 이야기는 무척 친근해서 길 가다 박정민을 마주치면 '여~'하고 인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줄거리

책에서 박정민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도전하는 지금까지 써왔던 많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도, 틈틈이 자기 자신을 그리고 독자를 위로하고 응원합니다. 그는 이 책을 남을 위로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말을 건네기 위해 썼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가 책을 통해 건네는 건 "다 잘 될 거다"라는 응원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스스로에 대한 격려의 말로 그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는 마치 저자가 제게 계속해서 '너 지금 힘들어? 뭐가 잘 안돼? 근데 걱정 마, 다 잘 될 거다'하며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계속 '다 잘 될 거다'라는 주문을 듣고 있으면 결국 잘 될 것 같습니다. 

박정민은 자신을 마이너리거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이저리거보다는 마이너리거에 가깝다고 합니다. 저자는 스스로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그 과정 속에서 중요한 가치를 쌓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마이너리거란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그리고 나만의 목소리와 모습을 하나씩 쌓아가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바로 메이저리거보다 더 특별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박정민 이제 그는 너무나도 메이저리거입니다. 그가 2024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 다시 책을 읽으면 스스로 메이저리거라 정정해 줄까요? 

박정민의 문체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유머가 넘칩니다.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도 추천합니다. 역시 배우라 그런지, 콩트를 보고 듣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책의 문체는 절대 길거나 복잡하지 않으며, 오히려 간결한 문장 속에 재치, 그리고 때로 깊은 생각과 감정이 묻어납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와 함께 대화하는 기분이 듭니다.

책에서 박정민은 에서 송몽규를 연기하기 위해 송몽규라는 인물이 가졌던 내면의 갈등과 고민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그 인물의 무덤을 찾아가고, 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려 했다고 합니다. 외적인 특성도 꽤나 닮은 모습으로 보였었는데, 독립투사였던 그래서 함부로 연기할 수 없었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그 캐릭터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그 인물의 삶을 완전히 받아들이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박정민은 차마 송몽규라는 인물을 다 못 담아내고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그분께 죄송하다는 마음뿐이라고 했습니다. 깊고 죄송한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 그렇게 멋진 연기가 나오는구나 싶었습니다. 하늘에서 송몽규 선생님이 박정민을 내려다본다면 '너 제법 하는구나?'라고 칭찬해 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배우이자 작가, 또 책방 사장님이었던 사람 박정민이 더 좋아졌습니다. 오랜만에 영화 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최애 캐릭터는 송몽규이지만, 저는 박정민의 생활 연기, 특히 짜증 내는 연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저 사람 저거 진짜 짜증 내네'라며 웃게 만드는 그의 연기와 그의 글을 앞으로도 쭉, 평생 동안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오래 살고 오래 연기하고 오래 글 쓰세요! 결국 다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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