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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by 지슈룬 202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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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이제야 읽어봤습니다. 

요즘 독서의 형태를 변형시켜 밀리의 서재를 활용해 오디오북으로도 많이 듣고 있는데, 특히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이 오디오북으로 접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듣는 형태지만 몰입감이 좋고 집중해서 듣다가 보면 소설 속 장면을 더 자유롭게 상상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방과 후>로 처음 접했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백야행> 등을 읽으며 믿고 읽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추리, 스릴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을 많이 써냅니다. 특히 범죄와 도덕성을 접목시켜 그 사이에 발생하는 도덕적인 갈등, 한계,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인간의 심리를 자세하게 그리는 장면이 많아 독자는 범죄를 단순 범죄로 인식하기보다 범죄의 배경과 발생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해 때로 깊게 공감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2006년 첫 발간된 후 일본에서 크게 히트했으며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어 히가시노 게이고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소설은 천재 수학자인 이시가미와 이웃집에 사는 야스코, 야스코의 딸 미사토가 얽힌 살인사건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 헌신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저렇게까지 헌실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헌신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비극적일 수 있는가, 독자 스스로 고민해 보며 헌신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추리 소설을 넘어서 독자에게 고민해보게 하는 문제를 던졌기 때문에 책은 더 높게 평가받는 것 같습니다. 

 

줄거리

야스코는 예전에는 술집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도시락 가게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야스코에게는 미사토라는 중학생 딸이 있고 전 남편인 도가시가 야스코에게 돈을 빌리러 그녀를 찾아오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도가시는 폭력적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이혼 후에도 계속해서 야스코를 찾아다니며 돈을 요구합니다. 지금 일하는 도시락 가게에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야스코는 도가시에게 따로 만나자고 합니다. 야스코와 미사토가 사는 집까지 찾아온 도가시는 그녀들에게 폭언하고 얼떨결에 야스코는 그를 목 졸라 살해하고 미사토도 그 과정을 돕습니다. 원하지 않던 살인을 저지르고 두 모녀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잘 알지 못하는 이웃 수학 천재 이시가미가 두 모녀를 돕습니다. 

 

이시가미는 매일 아침 야스코가 일하고 있는 도시락 가게에 도시락을 사러 왔습니다. 도시락 가게 주인은 이시가미가 야스코에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한 것이 신경 쓰였지만, 야스코는 이시가미에게 외적으로 전혀 끌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것이 맞았습니다. 둘은 인사 한 번 제대로 나누지 않았지만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야스코에게 시체 처리를 도와주겠다고 하며 그의 철저한 계획 아래 두 모녀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내고 범죄를 감춥니다. 

 

경찰이 도가시를 단순 실종 처리함으로써 일이 일단락되는 듯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개입합니다. 경찰은 또 다른 천재 물리학자인 유카와에게 사건에 대해 넌지시 알려주는데, 유카와는 이시가미와 대학 동창이었습니다. 유카와는 대학 시절 혼자 다니는 이시가미와 말을 나눠보며 그의 천재성을 알아봤고, 이시가미 또한 유카와의 천재성을 알아보면서 둘은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 되었습니다. 사건을 지켜보던 유카와는 이시가미가 사건에 개입되어 있을 수 있겠다는 걸 직감합니다. 사건은 평범한 사건을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로 만들어낸 이시가미와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는 유카와의 대결이 됩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유카와는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깊이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시가미가 자신만의 철저한 계획을 세워 사건을 덮으려는 이유가 사랑임을 깨닫자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이시가미는 단순히 야스코의 범죄를 덮으려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희생할 각오까지 한 것을 깨닫고 유카와는 꽤나 충격을 받습니다. 완벽한 범죄를 위해 이시가미는 또 다른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도가시의 시신을 처리하면서 한 노숙자를 도가시로 위장함으로써 사건을 미스터리하게 조작했던 것입니다. 소설의 시작이 이시가미가 출근하면서 보는 강가의 풍경, 노숙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소설 후반부에 사건에 대해 풀어나가며 노숙자를 이렇게 등장시킨 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시가미는 경찰이 이시가미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습니다. 자신을 헌신하고 희생함으로써 야스코와 미사토는 사건과 무관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시가미는 범행을 자백합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지독하게 일방적이었고 그 사랑을 알지 못했던 야스코는 이시가미의 집착이 부담스럽습니다. 야스코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약간의 관심이 있어 보이는 이웃이 살인사건이라는 큰 사건을 해결해 준 데에 고마움을 느끼며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평생 이시가미에게 빚진 마음으로 다른 남성과는 데이트하지도 못할까 답답해합니다.

 

결국 모두에게 비극으로 끝나는 용의자 X의 헌신은 안타까움과 여운을 남깁니다. 유카와는 한때 너무나도 똑똑하여 말이 잘 통했던 오랜 친구의 사랑과 희생이 파괴적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슬퍼합니다. 이후 이시가미의 모든 희생을 깨닫고 슬퍼하며 야스코 자신도 죄를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이시가미는 자신의 헌신이 결국 야스코마저 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절규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사랑, 헌신, 윤리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 보게 되며 여운이 꽤나 오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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