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강지나 책 소개

by 지슈룬 2024. 10. 20.
반응형

강지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소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제목부터 묵직한 메시지를 쿵 하고 던지는 책이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놓고도 선뜻 시작을 하지 못했습니다. 가볍게 읽기보다는 진지한 마음으로 정성 들여 읽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주제여서 읽기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단순한 동정심에서 읽으려던 책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많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한 만큼 빈곤의 지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복지 정책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외면해 왔던 분야입니다. 아무래도 차마 외면해 왔던 제 마음이 부끄러워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빈곤층에서 오랫동안 성장한 여덟 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개개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짚어냅니다. 단순한 아이들이 안쓰럽다거나 대견하다거나 하는 감정에서 벗어나 가난이 얼마나 복잡하게 아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성격, 생활을 좌지우지하는지 문제 삼아 보여줍니다. 작가는 열일곱 정도에 처음 만난 가난한 청소년들을 10년에 걸쳐 지켜보며 인터뷰하며 그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었는지 보여줍니다.

 

가난한 청소년들은 화목한 가정을 갖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정의한 정상가족의 프레임 밖에 있었던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반응입니다. 대개 빈곤은 한부모가정이나 장애가 있는 가정, 왕래가 있는 친척이 없어 고립된 작은 단위의 가족, 또는 세대를 이어 가난이 대물림되는 가족에서 더 높은 확률로 존재합니다. 정상가족의 프레임 밖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 청소년들은 자라면서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키워준 부모에 대한 애착과 고마움이 더 강합니다.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자마자 일을 그만둬버리는 부모, 매번 아이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는 부모에게 왜 더 효도하려 하는지, 더 애틋한지 설명이 되는 부분입니다. 작가는 정상가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훨씬 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처음 나온 소희의 이야기가 가장 전형적이라고도 생각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환경에서 가출 청소년, 문제아로서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우울한 생각이 들지만 또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마음도 공존합니다. 사랑받지 못해 엇나가던 과거의 삶과 더 잘 살아보려는 지금의 삶에서 오는 괴리감과 어색함은 소희를 계속해서 힘들게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를 밑바닥까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마음이 들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껴 아직도 버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녀가 대단합니다.

 

영성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입니다.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또래의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할 법한 여행도, 친구들과 노는 것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것마저 생각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가난한 아이들은 대부분 또래의 아이들이 양옆을 돌아보며 즐기고 경험하는 시기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가기 위해 남들보다 더 빠르게 페달을 밟습니다. 출발의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에 더 노력한다고 해서 더 나은 생활을 하기에도 어렵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건강도 성적도 집에서 용돈 받아 다니는 아이들보다는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는 지현입니다. 지현은 학교나 교회, 복지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자원을 활용한 케이스입니다. 지현은 가난을 부끄럽거나 숨겨야 하는 모습이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특징 중 하나라고 간주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지현의 적극성이 지현의 엄마가 사고를 당한 후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이나 모녀 관계가 좋았다는 것에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하지만 가족 안에서의 충분하고 바른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더라도 부모가 삶에 의지를 가지고 미래 지향적으로 활동하고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면 아이들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현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사회적 욕망 또한 긍정하고 실현하고자 했으며 에너지가 풍부했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은 '생존'하는 것 자체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서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현이 강인한 내면의 힘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 성찰하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런 지현의 '성찰하는 힘'은 성공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는 친구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적인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놀라운 지현의 모습은 작가가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책은 한국 또는 세계라는 하나의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 하나만 잘 살아보자는 우리 시대의 개인주의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해보게 합니다. 당장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조언하지 않고 한 번쯤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우울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왜 세대를 있어 대물림되는지도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어서 좋았습니다. 모든 문제 해결은 문제의식을 갖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문제의식을 머릿속에 심어주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무겁기만 하지 않고 가볍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도 있는 따뜻한 책이니 부담 없이 시작하시기 추천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