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최진영 작가가 2023년에 펴낸 <단 한 사람>은 프롤로그 ‘나무로부터’부터 인상 깊었습니다. 숲에서 태어난 두 나무는 키 큰 나무들의 배려로 조금의 햇빛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줄기와 잎이 자라 두 나무는 서로에게 닿게 되었으며 땅속뿌리는 하나처럼 엉키게 되었습니다. 거센 태풍도 이겨낸 둘은 인간에 의해 하나의 나무가 잘려 나갑니다. 다른 나무는 잘린 나무에게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100여 년이 지나자 파괴된 나무의 그루터기에 움이 텄습니다. 인간들은 또 와서 파괴되지 않은 나무를 단숨에 잘라냈습니다. 작은 나무는 잘린 나무를 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몇 백 년이 지난 후에도 그루터기는 썩어 흙이 되었고 작은 나무는 아주 조금 자랐습니다.
프롤로그의 나무는 인간에 의해 강제적인 파괴를 당했고 또 인간을 파괴한 적이 있습니다. 되살아난 그는 되살리는 존재였습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나무는 인간을 되살리고 싶을까요. 나무는 <단 한 사람>에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꿈과 현실 속의 목화에게 신처럼 또는 악마처럼 속삭이는 존재입니다. 목화는 꿈의 나무를 찾아 헤매지만 찾지 못하고 나무를 배우겠다 결심하고 목수와 함께 목수의 길을 걷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10여 년간 붙들고 질문했던 여러 질문이 있고 소설을 쓰면서 답을 찾고 싶었다고 합니다. <단 한 사람> 소설을 쓰고도 결국 답을 찾지는 못했고 이제 겨우 질문을 이해했다고 합니다.
<단 한 사람>은 소설이지만 하나의 철학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어떤 죽음은 신이 있다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라고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단 한 사람을 구할 때 소방관과 어린아이를 뒤로하고 방화범을 구했다는 것은 목화가 자괴감에 빠지게 합니다. 인간만이 기도를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안전을 위해,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걸 듣는 누군가의 응답은 자비롭지도 공평하지도 않을 때가 많습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왜, 대체 왜 이런 죽음이 발생하는가. 왜 어떤 착한 사람은 죽어야 하고 어떤 나쁜 사람은 살아가는가. 목화처럼 중개자로서 생명과 죽음을 바라보려 했고 타인의 삶에 대한 판단을 멈추는 것으로 작가가 스스로의 입장을 대답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줄거리
책은 특이하게 시작합니다. ‘장미수는 신복일과 결속하여 다섯 사람을 낳았다.’
그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일화, 월화, 금화, 그리고 막내 쌍둥이를 목화와 목수로 짓습니다.
다섯 아이들의 성격을 톡톡 살리며 어린 시절을 전개하다가 사건이 터집니다. 금화가 실종되고 마는 것입니다.
목화와 목수는 금화가 숲 속 나무에 깔리고 실종되며 목화는 어른들을 찾으러 그 자리를 떠난 것을, 목수는 기억을 잃은 것을 평생 마음에 두고 아파하며, 또 그래서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을 노력하며 큽니다.
열여섯의 목화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꿈인 듯 현실인 듯 사람들이 죽어가고 나무라고 생각되는 어떤 목소리가 ‘단 한 사람’만을 구하라고 하는 꿈입니다. 꿈에서 깨서 장미수에게 이야기하자 장미수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목화의 꿈 내용을 가만히 듣습니다. 이는 할머니인 임천자, 엄마 장미수 그리고 목화에게까지 모계로 전해지는 기이한 운명입니다.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단 한 사람만을 구할 수 있는, 목소리를 따르지 않으면 아픔을 오롯이 따르지 않는 자가 감당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목화가 나무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았을 때 잠에서 깬 목화는 내내 구토를 했고 장미수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을 임천자는 기적이라 했고 장미수는 저주 속의 겨우라 표현했으며 목화는 ‘단 한 사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목화는 이 일을 중개라 불렀고 목수는 목화의 꿈을 낱낱이 기록했습니다.
꿈에 일화의 딸인 루나가 등장해서 목화가 루나를 살린 후, 목화와 목수는 그때 살렸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지, 나무가 살린 사람들에게는 삶의 기한이 또 정해지는 건 아닌지 궁금해하며 단 한 사람들을 찾아가 봅니다. 루나는 목화가 자신을 구하는 것을 봤다고 하며 목화의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목화가 구한 단 한 사람들은 살아 있었으며 목화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단 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보며 목화는 타인의 삶에 대한 판단을 멈추고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빌었습니다. 나무의 일이 아닌 목화의 자발적인 마음으로 목화는 목화만의 일을 했습니다.
이후 일화의 딸인 루나도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목화는 비극이 전해져서 안된다는 마음이었지만 루나는 이 일을 할 수 있게 빌었다고 합니다. 루나는 목화와는 다른 나무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목화의 일과 루나의 일은 각각 다른 것임을 목화는 인지합니다.
목화는 이분법의 굴레에서 벗어났습니다. 완전한 사람은 선하면서도 악하고, 의롭고도 불의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여러 번 읽어봤습니다. 완전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악하고도 선한 양면의 모습이 다 있는 사람을 불완전하다, 그래서 사람이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악하면서도 선하기 때문에 그래서 완전한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삶은 죽음과 탄생을 모두 담는 그릇이라고 작가는 표현합니다. 그래서 죽음이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고 합니다. 완전한 삶은 결국 생명도 있고 죽음도 있는 삶입니다.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철학자들이 던졌던 질문들에 대해 소설로 가볍게 읽으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수많은 죽음을 겪고 보면서 불의와 악을 경험하면서 우리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작가와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책입니다. 책을 읽고 작가도 독자도 답을 확실히 내리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에 대해 이해하고 어떤 답이든 들을 준비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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