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한국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했을 때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 최태성선생님이었습니다.
무료 온라인 강의로 진행했을뿐더러 어려운 역사를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어 당시 공부가 재밌다고 느꼈습니다. 역사책까지 펴냈다고 해서 어떤 재밌는 이야기로 역사의 쓸모를 증명할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과연 최태성선생님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나에게도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필요한 학문이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역사를 단순한 옛 사실의 기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이것이 오히려 착각이라고 합니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며 내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 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존재라고 합니다.
역사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단순히 글을 읽고 외우려 하지 말고 역사 속 인물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보라 합니다. 당신은 왜 그런 일을 했나요? 당신의 꿈은 어떤 것이었나요? 그 선택을 내린 것에 대해 시간이 지나도 후회는 없었나요? 역사 속 인물에게 질문하고 인물의 답을 상상해 보고 또 나에 대입해서 나라면 어떤 답을 할지 답변해 보는 것입니다.
대중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역사 속 인물을 스치듯 보다가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평전을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역사 속 인물의 인생을 살펴보다 보면 인물의 인생에 나의 인생이 겹치는 순간이 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며 가치관을 세울 수 있다고 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돌이나 배우를 좋아하다 보면 동경의 대상이 사건에 휘말리거나 사고를 치는 경우가 있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가는 역사 속 인물은 이미 죽어버려 역사 속에 남았으니 그럴 일이 없어 얼마나 좋냐고 합니다. 역시 작가의 위트가 엿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서른 살 청년 이회영이 물었다.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 예순여섯 노인 이회영이 답했다. 예순여섯의 '일생'으로 답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입니다. 이회영이 남긴 말인데,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온 생애로 답했다는 것이 참 대단했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이 역사에 남은 이유는 삶을 던져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고 대개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득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삶이 뭐 다 그렇지'라는 말을 하는 삶 대신 '삶은 이런 거지'라는 인생을 살아보면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만으로도 우리의 하루하루는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의 김육은 대동법, 즉 지역 특산품 대신 가진 땅을 기준으로 쌀로만 세금을 내는 법을 조선에 시행하는 데 인생을 걸었습니다. 계속되는 반대에도 가난한 백성을 위해서라면 대동법을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겼기 때문이고 그가 결국 전국적으로 시행한 대동법 덕분에 백성들은 지역 특산품까지 세금을 냈어야 했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책은 김육의 사례와 같이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조명하고 인물이 시사하는 점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3개의 인물과 이야기가 들어 있으며 과연 제목처럼 역사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또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줍니다.
1.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일연스님이 편찬한 삼국 시대의 역사서 <삼국유사>가 어떤 뜻인지 아시나요?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들을 때 김부식의 <삼국사기>, 일연의 <삼국유사>로만 달달 외워 역사서의 뜻까지 알지는 못했습니다. <삼국유사>의 '유' 글자는 '버리다, 유기하다'의 뜻을 가지는 유를 쓴다고 합니다. '유사'라는 것은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라는 뜻입니다. 팩트 체크가 된 사건만 담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대조를 이루며 <삼국유사>에는 단군 이야기와 같은 신비한 전설, 설화를 담았습니다. 삼국유사는 삼국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역사서로 삼국사기와 항상 같이 거론됩니다.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을 모아 쓸모가 있어진 것입니다.
2.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역사 속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는 청주 흥덕사에서 찍어냈던 '직지심체요절'입니다. 하지만 '직지심체요절'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직지심체요절'이 알려지기 전에는 서양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최초의 금속활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구텐베르크는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찍어내기 위해 금속활자를 발명했고 이는 곧 인쇄술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포도주나 올리브유를 만들기 위해 착즙 하는 압착기 프레스에서 영감을 얻어 성경을 찍어냈고 성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이 되었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에도 큰 영향을 미쳐 루터가 교회를 비판한 반박문이 대량 인쇄되고 번역되었습니다. 소수의 엘리트가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를 끝냄으로 소수의 엘리트만을 위한 금속활자였던 '직지심체요절'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나갔고, 서양에서는 인쇄술이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외교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가진 패를 보여주지 않는 것입니다. '외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고려의 서희입니다. 서희는 거란의 소손녕이 고려와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송나라를 공격할 때 고려가 거란의 뒤를 치지 않기를 원한다는 속내를 정확하게 파악했습니다. 서희는 고려와 거란의 외교 문제에 제삼자인 여진까지 끌고 들어옵니다.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을 만든 후 고려를 치러 온 거란에게 오히려 강동 6주를 받아 옵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영토까지 얻어온 것입니다. 서희는 거란이 투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딱 그 정도만 제시했던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들과 같이 역사 속 인물과 사례들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쓸모를 가져다주는 책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역사를 마냥 어렵다 생각하지 않고 더 관심을 가지게 되니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인문학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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