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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맡겨진 소녀 - 클레러 키건 소설 소개, 줄거리

by 지슈룬 202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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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

 

소개

표지의 타임스에서 언급한 작가에 대한 극찬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어떤 소설을 썼길래 타임스가 한 세대에 한 명 나오는 작가라고 칭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 작가로 섬세하지만 간결한 문체, 그리고 울림이 있는 주제를 던져주는 작가입니다. 아일랜드의 전통적인 집안, 사회에서 자란 작가는 작품 속에 그녀의 어린 시절 경험이나 인간관계, 감정, 가족 등의 미묘함을 담아 그려냈습니다. 

2010년에 발간된 <맡겨진 소녀>는 간결하고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키건을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맡겨진 소녀>는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의 가난하고 형제 많은 집에서 태어난 어린 소녀가 여름방학 동안 먼 친척의 집에 맡겨진 이야기입니다. 단편 소설집이어서 짧게 오디오북으로 접했는데 편하게 듣기 좋았습니다. 제목이 <맡겨진 소녀>여서 혹시나 섬뜩한 사건이 발생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그러나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영화든 책이든 시간이 지나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여운이 남는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맡겨진 소녀>는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종종 떠오르는 책이었습니다. 


형제가 많아 중간에 낀 소녀에게 아빠와 엄마는 큰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엄마는 임신 중이어서 아이를 여름 방학 동안 킨셀라 부부에게 맡깁니다. 아빠는 아이를 맡기면서 예의도 차리지 않고 심지어 아이의 짐을 까먹고 차에 그대로 실어서 떠나버립니다. 소녀는 킨셀라 부부네 집에서 잔잔하게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그 잔잔한 일상을 통해 작가는 가족의 의미, 성장과 치유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소설이 더 울림이 있던 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 소녀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생활, 그러나 분명하게 느끼는 어른의 사랑을 아이가 묘사하는 것이 때로는 마음 아프고 때로는 다정합니다. 

 

소설에서는 크거나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로 전개되며 간결하고 따뜻한 문체로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일상들 속에서 직접적이지 않지만 변화하는 소녀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미세하게 변화하는 소녀의 마음을 독자는 소녀의 입장에서 함께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가족'의 범위와 구성을 확대하고 재해석합니다. 때로는 남이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을 때가 있습니다. <맡겨진 소녀>도 진짜 가족보다 더 진정한 가족을 이뤄나가는 이야기를 담아 따뜻했습니다. 

 

줄거리 

가난하고 아이가 많은 집에 태어난 소녀는 가족 안에서 존재감이 적습니다.
임신 중인 엄마는 조금이라도 식량을 먹는 입을 덜기 위해 여름 방학 동안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네에게로 아이를 맡깁니다. 소녀는 어색함을 느끼지만 킨셀라 부부는 소녀에게 매일 따뜻한 관심을 쏟습니다. 소녀는 아빠나 엄마에게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을 킨셀라 부부네에게서 느끼기 시작합니다. 부부의 세심함과 배려는 어린 소녀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며 소녀는 스스로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킨셀라 부부는 소녀가 세상을 살아가며 배워야 할 태도나 마음가짐을 하나하나 자식처럼 알려줍니다. 집에서는 비밀이 없고 비밀이 있는 곳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것이라며 솔직할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며 무서워할 필요 없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때 말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요. 소녀는 사랑받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며 집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소녀는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깨달아가며 사랑 속에 내면적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하지만 킨셀라 부부에게도 슬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킨셀라 부부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사고로 아들을 잃었고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오랜 슬픔은 소녀와 새롭게 관계를 쌓아 나가며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습니다. 소녀만 사랑받고 구원받은 것이 아닌 킨셀라 부부 또한 소녀를 통해 치유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녀와 킨셀라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며 진정한 가족처럼 발전합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소녀는 원래의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소녀를 데려다준 킨셀라 부부에게 엄마와 아빠는 고마움에 대접을 하지만 술에 취한 아빠는 무례를 범하기도 합니다. 소녀가 킨셀라 부부로부터 사랑받던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짧은 여름방학이었지만 오히려 더 진짜 부모처럼 소녀를 사랑해 주고 돌봐준 킨셀라 부부와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겁니다. 그간 소녀는 내면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자신도 모르는 새 자존감이 높아지고 스스로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은 꽤 강렬합니다. 킨셀라 부부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자 소녀는 참을 수 없는 마음에 킨셀라 부부의 집까지 한 달음에 먼 길까지 달려갑니다. 그리고 킨셀라 아저씨를 보고 '아빠'라고 외칩니다.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작가는 경고한다고 표현합니다. 앞으로 더 깊은 관계가 부부와 소녀에게 형성될 것임을 시사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아릿하고 서글프면서도 그 외침이 소녀에게도 킨셀라 부부에게도 크나큰 위로이자 감춰왔던 사랑의 마음을 분출한 것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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