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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소설 소개

by 지슈룬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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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소개

'쇼코의 미소'를 읽고 최은영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담담하고도 몰입력 있게 이야기를 끌어 가는 힘이 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입니다. '쇼코의 미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세세한 사건과 감정, 그리고 비판을 이끌어냈던 단편 소설 모음집이었는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들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사회를 비판합니다.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작가는 단어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살펴보게 만듭니다. 서운하다는 감정이 원망보다 미움보다 덜하지만 그런 감정들과 붙어 있었네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다는 것은 꽤나 폭력적인 감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주의해야겠다 마음에 새겼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듯하면서도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은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비판적이지만 또 따뜻하게 바라보며 약자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줄거리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있는데 제가 인상 깊었던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면 몫=답신>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일 년>파종>이모에게>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순서입니다. 그중 특히나 좋았던 세 편만 소개해 봅니다. 

 

<몫>은 대학교에서 신문 동아리를 하며 만난 해진과 희영, 정윤의 이야기입니다. 해진의 대학 시절부터 멋진 선배 정윤의 이야기, 그리고 희영의 이야기까지 다다르며 정점을 찍습니다. 신문 동아리에서 대학생 기자를 하며 셋은 사회가 가진 병폐를 짚고 글로 썼는데, 희영은 글로 쓰는 것이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미군이 한국 여고생을 죽였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미군 반대 시위를 하는 장면을 보는데 피해자의 처참한 모습을 자극적으로 시위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희영은 2차 가해를 비판합니다. 글을 읽는 독자 또한 '선량한 차별주의자'보다 못한 의식을 가지고 2차 가해를 한 적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 이후 희영은 기자촌 여성들의 비극을 보기에만 그치지 않고 그들을 직접 돕습니다. 희영은 몇 년 후 병으로 죽고, 해진은 정윤을 통해 희영을 떠올립니다. 

 

<답신>은 편지 형태로 쓰여진 몇십여 년 만에 조카에게 보내는 답신입니다. 나이 차이가 큰 형부는 고등학생이던 언니를 임신시켜 결혼합니다. 결혼 후, 그리고 조카가 태어난 이후에도 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사랑이 결핍된 또 다른 어린 학생과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참을 수 없었던 주인공은 형부에게 폭력을 가합니다. 언니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모습으로 동생보다는 남편의 편을 듭니다. 그런 언니의 모습을 보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모든 죄를 인정한 주인공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아마도 엄마 또래였을 글썽이던 변호인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며 '이게 마지막이라고,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벌주려는 짓은 더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 스스로한테 미안한 줄 알고 살라고 했어'라던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답신>은 건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로 이야기를 속도 있는 흡입력으로 끌고 나가서, 작가의 필력이 더 좋아지게 만든 소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빛'은 아주 희미한 '닮고 싶은 사람의 모습', '가능성', '나아갈 방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에서는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두드러지게 표현하는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는 능력 있는 여성이 부딪히는 사회적 현실의 어려움을 드러냈습니다. 능력이 있지만 정교수가 아닌 시간 강사로 일하는 젊은 여성의 강의를 들으며 희원은 같은 길을 걷고자 합니다. 교수님은 희원에게 다른 길도 많다고 알려주지만 희원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려움을 알고도 용기 있게 도전하는 희원을 응원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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