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백영옥 작가가 좋아하던 빨강머리 앤의 대사와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녹여놓은 에세이입니다. 작가가 인간관계에 실패했고 회사에 사표를 냈던 우울한 시기에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보고 앤에게 위로받으며 노트에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앤이 말하듯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다시 한번 꿈꿔온 소설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백영옥 작가는 등단하기 위해 13년이란 시간 동안 글을 썼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13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면 저도 계속해서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삶은 작가에게 단 한 번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든 좋았던 일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었다고요. 계속해서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그래서 빨강머리 앤을 통해 위로받았고 앤이 건네는 말을 곱씹으며 이런 책까지 쓸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책에 빨강머리 앤 그림이 많고 앤의 대사 위주로 이루어진 책이라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저는 기분이 조금 서글픈 날이나 우울한 날 가끔 꺼내 몇 페이지 읽기도 하는 다정하고 따뜻한 힘을 불어 넣어주는 책입니다.
어렸을 적 티비 속에서 빨강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말괄량이의 애니메이션 만화를 본 경험이 많이들 있을 것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주근깨 많고 빼빼 마른 때때로 천방지축인 앤이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서 보니 앤은 참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앞으로 알아낼 것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만약 이것저것 다 알고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보통 무언가를 배울 때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걸, 왜 이제서야 이걸 알게 된 걸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앤은 참 긍정적입니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앞으로 알아낼 것이 많다는 것, 그래서 상상할 일이 많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마음껏 표출합니다.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여행을 앞두고 짐을 챙길 때면 여행을 간다는 자체만으로 매우 설렙니다. 여행 자체는 막상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도 하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여행을 기다리는 것은 항상 즐겁습니다. 여행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숱한 기다림 속에서 즐거움을 저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앤의 대사입니다. 세상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보통은 왜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는지 슬퍼지고 때로는 자책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앤의 말대로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놀랄만한 일, 기쁜 일,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작가도 고백합니다. 삶을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고요. 하지만 결과는 대 실패였습니다. 삶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제야 멈춰서 천천히 걸었다고 합니다. 천천히 걸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세계를 그제서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땐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야겠습니다.
어릴 적 추억의 빨강머리 앤은 어른이 된 지금 봐도 참 밝고 멋집니다. 앤처럼 씩씩하게 오늘 하루를 잘 보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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