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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고요한 우연 - 김수빈 장편소설 소개, 줄거리

by 지슈룬 202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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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수빈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아몬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소설에 연달아 청소년 소설을 읽었습니다. <고요한 우연>은 앞의 두 소설보다는 조금 더 잔잔하게 청소년이 관심 가질 만한 주제를 쉽게 읽히도록 풀어낸 청소년 성장 소설입니다. 심각한 왕따 문제도 다루고 청소년들이 관심 있어하는 SNS라는 소재도 잘 활용합니다. SNS의 폐해와 함께 순기능도 함께 다룬 점이 인상 깊습니다. 
책은 '수현'이라는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화자 설정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현은 이름도 외모도 평범한 아이이고 그 나이 때 느끼는 '나는 너무 평범하다'는 감정, '쟤처럼 조금 더 반짝이고 싶다'는 감정을 잘 담은 화자입니다. 우리 모두는 아마 학창 시절 고요나 정후이기보다는 수현이에 가깝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을 통해 평범한 아이도, 반짝거리는 아이도 누구나 달처럼 달의 앞면과 어두운 뒷면인 달의 바다를 가졌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달의 바다를 보호하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현의 가장 친한 친구 지아에게 수현은 지아만의 달입니다. 누가 봐도 반짝이는 아이 대신 수현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모든 청소년 독자에게 '너도 너만의 따뜻함으로 반짝인다'며 힘과 위로를 불어넣어 줍니다. 
소설에는 마이클 콜린스라는 생소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마이클 콜린스는 닐 암스트롱과 함께 아폴로 11호에 타고 있던 우주비행사였습니다. 그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는 동안 사령선을 타고 혼자 궤도를 도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그에게는 달을 탐사하는 것만큼 동료의 귀환을 기다리고 함께 무사히 지구로 복귀하는 주요한 임무가 있음을 알기에 괜찮아졌다고 합니다. 마이클 콜린스는 소리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뒤에서 배려하는 사람이고 화자인 수현은 마이클 콜린스 같은 인물입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서 마이클 콜린스라는 인물을 처음 알았습니다. 빛나는 사람 뒤에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를 열심히 해내는 사람은 또 언젠가 이렇게 알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에 가려졌던 살리에리의 이름이 많은 평범한 이들에게 닿았듯 <고요한 우연>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닐 암스트롱에 가려진 마이클 콜린스가 아마 가슴속에 남을 듯합니다. 
 

줄거리

소설은 우연이라는 남학생이 실종되면서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수현에게 우연의 해방을 아냐고 묻고 수현은 우연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그 아이는 자신을 모른다고 답합니다. 그러면서도 우연이가 오늘 새벽이 수현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실종은 아닐 거라고 말합니다. 
수현을 중심으로 주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수현이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어나는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입니다. 수현의 가장 친한 친구는 지아입니다. 수현의 반에는 고요라고 하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여학생이 있습니다. 고요는 어딜가나 눈에 띌 만큼 아주 예쁘지만 도도합니다. 고요에게는 항상 시선이 집중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으며 까칠하기까지 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어찌 보면 외로운 아이입니다. 수현이 좋아하는 정후는 반의 반장이고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은 아이돌 같은 아이입니다. 정후는 모두에게, 그러나 수현의 생각엔 특히 고요에게 다정합니다. 우연은 수현이 처음엔 자각하지 못했던 인물입니다. 있어도 없는 듯한 반에서 아주 조용하고 존재를 의식하기 어려운 평범한 아이입니다. 수현이 정후에 관한 꿈을 꾸면서 누군가 꿈에 등장하는데 그게 우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연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우연이 휴대폰을 두 개 쓰는 것과 SNS를 매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수현은 SNS 부계정을 새로 하나 만듭니다. 우연을 팔로우하고 '가면을 쓴' SNS 계정으로 우연, 그리고 이어서 고요와도 친해집니다. 고요의 까칠한 뒷모습에는 아예 다른 사람인 듯 친절하고 말을 잘하는 또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수현은 정후와도 가면 쓴 계정으로 소통하게 되는데, 정후는 상대가 수현인 줄 모르고 대나무숲처럼 자신의 가족 이야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수현은 결국 또 다른 사람인 척 친구들을 속이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게 됩니다. 고요, 정후, 우연과 멀어질 각오를 하면서도 자신이 사실은 그 계정의 주인임을 밝히는데 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는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를 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시킨 점도 흥미롭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 시기의 청소년들이 SNS를 활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SNS라는 수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물론 하루종일 SNS만 들여다보고 허구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한다면 당연히 좋지 않겠지만 어떤 아이들은 SNS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 솔직하게 소통하기도 합니다. SNS를 통해 친해질 수 없었던 이와 친해지기도 하며 차가운 줄로만 알았던 고요의 본모습에 대해 알아가기도 합니다. 무엇 하나 완벽한 선이나 완벽한 악은 세상에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마따나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되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고요한 우연>에서 메인 소통의 채널로 활용되는 SNS도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보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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