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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애쓰지 않아도 - 최은영 단편소설집 소개

by 지슈룬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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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애쓰지 않아도>

 

소개

2022년 발간한 최은영 작가의 가장 최근 단편 소설집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내게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일은 두려운 행운이었다. 내 목소리를 허투루 쓰지 않고, 내게 주어진 빈 페이지를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사람 간의 관계, 가끔 살아가며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 또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 등 내게도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작가의 단편 소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힘을 빼고 글을 쓰려 노력한다고 하는데 부드러우면서도 휘몰아치는 흡입력을 가진 문체는 언제나 책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두려운 행운을 허투루 쓰지 않은 글들을 저 또한 허투루 읽지 않고 한 장 한 장 교감하며 읽을 수 있던 책입니다.  

 

줄거리

<애쓰지 않아도> 중학생 때 동경하고 친하고 싶었던 친구 유나에 관한 이야기. 나에게도 누군가 살며시 떠오르는 이야기였습니다. 엄마가 사이비에 빠지면서 아빠와 따로 살게 된 이야기를 유나에게 들려줬는데 대학생활이 끝날 때쯤에야 그 비밀 이야기를 유나가 다른 아이들에게 퍼트리게 된 것을 알게 됩니다. 당싱 유나에게 분노하고 상처받았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영원히 용서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나는 이제 애쓰지 않아도 유나를 별다른 감정 없이 기억할 수 있다 ‘고 주인공은 회고합니다. 

 

<데비 챙>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데비 챙은 홍콩에서 온 남자 아이입니다. 남희는 홍콩 영화와 장만옥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홍콩과 중국의 관계도 정확하게 알지 못해 데비와 얘기하며 부끄러워졌습니다. 둘은 우연히 나폴리에서 다시 만나고 함께 여행하게 됩니다. 데비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며 언젠가 그 사람과 결혼해서 카프리섬으로 신혼여행을 올 거라고 선언하는 걸 보며 남희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결혼이라니. 그런 데비가 내 눈에는 순진하고 촌스럽게까지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데비에게 열등감을 느끼다가도 데비와 같은 낭만주의자, 인생에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한 낙관이 있는 사람을 질투조차 할 수 없었다고도 합니다. 데비는 결국 사랑하던 사람과 결혼했는데, 비극적 이게도 아내는 세상을 먼저 떠납니다.  한국을 방문한 데비는 자신은 그런 사랑을 해봐서 괜찮다고 오히려 남희를 위로하고, 남희는 데비의 그 순수한 마음과 말을 온전히 받아들였습니다.

 

<꿈결> 그리운 존재를 꿈에서 그리워합니다. 반려묘 금덕이도 첫사랑이었던 윤이도, 왜 가장 보고 싶은 존재는 꿈에서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정민은 생각하지만 사실은 꿈을 기억할지 말지는 정민의 선택이었다고 꿈속의 윤이가 말해줍니다.

 

<호시절> 서경 언니네 가족과 아랫집 윗집으로 살던 시절을 한별네 부모님은 호시절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항상 차가운 가시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어린 한별은 머리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종종 구석이 몰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한별에게 귀하고 비싼 음식이라며 고기를 억지로 먹이던 서경의 아버지, 전라도에서 왔단 이유로 민성어머니를 조심하라고 했던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한별이 영국인 남자와 영국에서 결혼하고 5층에 사는 아저씨와 그의 어린 두 딸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인종차별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때 그 차가웠던 ‘호시절’이 생각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무급휴가> 미리와 현주는 고등학교 미술 입시학원에서 만나 대학때까지 가장 친한 사이로 지냈습니다. 그러나 3년 전 심하게 다툰 후 연락도 하지 않고 관계를 끊은 듯 지내다가 미리가 코로나로 인해 승무원으로 일하던 항공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후 현주의 집에서 ‘무급휴가’를 보내며 둘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미리는 현주의 ‘자식을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니?’라는 당연한 말에 엄마에게 항상 사랑받기 위하여 노력하던 자신을 현주가 이해해 주리라는 인정 욕구를 포기합니다. 미리는 엄마를 그리면서 엄마에게 인정받는다고 느꼈는데, 치매에 걸린 엄마가 그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걸 보며 그림을 그만두었습니다. 이제야 미리는 현주의 애정을 갈구하지 않고 현주를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로 다시 드로잉북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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