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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최선의 삶 - 임솔아 장편소설 소개, 줄거리

by 지슈룬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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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제일 마지막에 읽은 작가의 수상소감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 반복해서 꿨던 악몽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짧은 글에서 시작해 단편으로 쓰고 장편 소설로 펴내는 긴 과정에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작가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봤던 경험이 있어 소설 속 내용은 어느 정도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일부 반영되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날 것'의 느낌을 줄이려고 했지만 이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소설을 근래에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청소년 성장소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하나의 악몽처럼 며칠동안 제 마음속을 이리저리 흔들어 놨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서술, 형태로 풀어가는 문체는 간결해서 술술 읽혔지만 가출 청소년의 삶을 적나라하게, 혹은 현실이 이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파괴적으로 묘사합니다. 

더 나빠지기만 하는 10대 소녀들의 삶은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입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는 문장은 몇 번이나 되새겨봤습니다. 제 청소년기는 강이나 소영, 아람이만큼 끔찍한 시절은 아니었지만, 소설은 그때의 정신적인 방황들과 가끔은 걷잡을 수 없이 확장해 나가던 저를 갉아먹던 생각들과 나약했던 어린 시절의 저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가수 아이유의 추천 소설이기도 한 <최선의 삶>은 파괴적이고도 흡입력 있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은 누구나에게 추천합니다. 가족보다 우정이 더 중요했던 청소년기에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했으며 또 증오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날 것 그대로의 소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는 조금 필요합니다. <최선의 삶>은 21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번 주말에 한 번 봐야겠습니다. 

 

줄거리

강이의 시점에서 1인칭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실제 존재하는 대전의 전민동이 배경입니다. 전민동은 연구소가 들어서기 시작하며 갑작스런 빈부격차가 생기고 기존 전민동 주민들이 오히려 외부인으로 보이게 되는 변화를 겪고 있는 동네입니다. 조금 더 못 사는 동네인 읍내동에서 위장전입한 열여섯 살 강이는 외부인으로 비치는 아람, 소영과 어울립니다. 

셋은 가출을 결심하고 서울로 떠나 아파트의 옥상 앞 비상계단에서 생활합니다. 그들은 어린 여자 가출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을 때로는 무기로 때로는 방패로 쓰면서 아저씨들에게 접근해 돈을 얻습니다. 그 돈으로 생활이 충분하지 않자 셋은 각각 아람은 바, 소영은 카페, 강이는 횟집에서 일하며 돈을 법니다. 돈을 모아 방을 얻어 생활하고 강이와 소영은 아람이 바에 출근한 사이 서로의 몸을 탐하기도 합니다.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영과 아람의 사이가 멀어집니다. 그 사이에서 둘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던 강이도 결국 소영의 미움을 받습니다. 소영과 강이는 결국 서로를 거칠게 때리고 옷을 벗기면서 싸웁니다. 강이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부모님이 학교로 가서 폭력 문제를 해결합니다. 모두의 미움과 원한을 살거라 생각한 강이는 가방 속에 식칼을 넣고 학교를 다니는데, 그 이후 누구도 강이를 건드리지 않고 가끔 아람만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강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강이와 아람은 함께 서울로 두 번째 가출을 합니다. 둘은 비키니바에서 일하고 돈을 많이 벌게 됩니다. 강이는 아람과 같은 모양의 문신을 새기면서 소영은 갖지 못한 아람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람은 자신의 모든 흔적을 두고 돈만 가지고 사라집니다. 강이는 아람 대신 투어를 한 마리 사서 '강이'라 이름붙여 매일같이 살라고, 살아내라고 합니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요. 

두 번째 가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나의 큰 사건을 강이가 일으킵니다. 소설의 클라이맥스인 이 사건은 줄거리보단 책에서 직접 읽는 걸 추천드립니다. 

강이는 사랑이 필요했던, 내 편이 필요했던 아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람에게 애착을 보이고 어떻게 보면 소유하려고까지 노력하지만 한순간에 배신당하고 상처받습니다. 키우는 강아지와 투어에게 자신의 이름인 '강이'를 붙여주는데 그들에게 기꺼이 사랑을 주면서 사랑받는 그들을 통해 사랑받는 스스로를 보고 싶어서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청소년기에 부모와 학교의 역할은 이토록 중요합니다. 부모와 학교가 보호해주지 않는 청소년들이 어디까지나 나빠질 수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연약한지 깨닫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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