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래빗>은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에서 평점이 높아 시작했던 책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타 오디오북과 달리 여러 성우가 등장하고 성우들의 연기력이 인상 깊어 여운이 남습니다. 래빗은 한국전쟁 당시에 실제로 존재했던 소녀 첩보원이라고 합니다. 겨울철 피란민으로 위장하고 흰 토끼처럼 산을 뛰어다녀야 했던 소녀들에게 ‘래빗’이라는 작전명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래빗의 존재들은 한국전쟁 역사에서도 잘 보이지 않아 소설을 통해 접해서 좋았습니다.
소녀는 전쟁에서는 특히 약자이며 어딜 가나 의심받지 않기 딱 좋은 존재여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존재를 가장하여 첩보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전쟁의 아픔이 개인의 아픔이 되고 그 모든 아픔들이 당연시되었던 시기가 읽는 내내 마음 아팠습니다.
줄거리
독한 년 홍주는 작전을 할 때마다 살아 돌아왔습니다. 3년 동안 켈로 부대에 있었고 함께 들어온 스무 명의 소녀 중 살아남은 유일한 소녀이자 부대에 남았던 가장 오래된 래빗이었습니다. 홍주는 약초를 캐러 간 어느 날, 약초를 찾지 못하고 산 아래로 내려가던 도중 흰 토끼와 마주칩니다. 흰 토끼를 쫓아가다 홍주는 산삼을 발견하고 토끼에게 고마움을 표하던 중 비행기를 봅니다. 우와 비행기네, 감탄하던 사이 비행기는 홍주가 사는 마을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홍주는 엄마와 동생을 잃습니다.
가족을 하루아침 잃고 동네의 친한 동생 윤옥은 그런 홍주를 위로합니다. 얼마 뒤 군인들이 마을에 와서 여군을 모집하는데 윤옥은 홍주에게 함께 가자고 합니다. 홍주는 여군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윤옥 어머니의 윤옥을 돌봐달라는 부탁에 윤옥과 함께 부대에 들어가게 됩니다. 둘은 래빗이 되지만 현재 살아남은 건 홍주뿐입니다. 홍주는 윤옥과 윤옥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차마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매일 악몽을 꿉니다.
그런 홍주는 어느 날 의심을 받습니다. 최선을 다해 목숨을 걸고 첩보원 활동을 했건만 의심받는 이유는 홍주가 매번 살아 돌아와서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목숨을 걸고 살아 돌아온 것인데 이 때문에 의심을 받는다니 홍주는 두렵고 억울합니다.
홍주가 가져온 정보와 다른 래빗이 가져온 정보가 달라 어느 시점에 적군에 폭탄을 떨어뜨려야 하나 부대는 고민하며 회의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홍주를 한 번 더 이번엔 중공군이 있는 곳으로 보냅니다. 그곳에서 홍주는 유경을 만납니다. 래빗은 서로 래빗임을 밝히면 안 되고 홍주는 3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 그 누구에게도 곁을 내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유경은 중공군 전방부대에서 고위 간부였던 장웨이의 애인으로 3년 동안 그 누구도 만난 적 없이 외로웠고 홍주의 명패를 보고 래빗임을 알아차린 후 동무가 되자고 제안합니다. 홍주는 미래를 생각한 적 없지만 유경은 미래에 배우가 되고 싶어 합니다. 배우가 되고 싶은 꿈 하나로 그곳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홍주와 유경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지만 외로운 전쟁 속에서 서로 의지하게 되는 동무가 되었습니다.
홍주가 처음 가져왔던 정보가 맞았습니다. 유경이 최초에 전달했던 정보는 잘못되었습니다. 유경을 의심한 장웨이가 유경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렸던 것이었습니다. 장웨이는 또 다른 첩보원이자 장웨이의 통역병으로 일하는 지원과 유경, 셋이 함께 하는 저녁 식사에서 유경을 추궁합니다. 사실 어렸을 때 만주에 살아서 중국어를 유창하게 했던 유경은 그제야 유창한 중국어로 이제야 자신이 첩보원인걸 알았냐며 장웨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힙니다. 하지만 장웨이는 유경을 죽이지 못합니다. 3년 동안 둘은 애인 사이였고 유경과 달리 장웨이는 진심으로 유경을 좋아했던 것입니다. 차마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유경과 몰래 들어온 홍주가 탈출하는 것을 지원의 총앞에 서서 지켜만 봅니다. 지원은 유경을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아마 남몰래 좋아했던 듯합니다. 그리고 유경과 서로 살아 돌아가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합니다. 두 소녀를 무사히 탈출시키고 장웨이를 죽이고 자신을 둘러싼 중공군에게 지원도 죽고 맙니다.
두 소녀는 열심히 도망치지만 유경은 총을 맞았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달리자던 홍주에게 알았다 대답하지만 홍주는 앞으로, 유경은 책임을 지는 쪽으로 달림으로써 둘은 결국 다른 운명을 맞이합니다. 홍주는 부대로 복귀합니다. 의심을 받던 소녀에서 매번 살아 돌아오는 기적의 소녀가 된 홍주. 하지만 홍주는 서글프게 목놓아 웁니다. 마음을 주는 것이 이렇게 아픈 일이었던가요.
한국 전쟁이 결국 끝납니다. 미래를 준비해 두라고 하던 유경의 말이 생각납니다. 홍주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윤옥의 어머니는 홍주를 껴안고 웁니다. 홍주의 걱정과 달리 윤옥의 어머니는 원망이나 책망은커녕 살아 돌아온 홍주를 다행이라며 껴안고 고마워합니다. 홍주는 유경이 공연하던 연극을 보러 갑니다. 이제 세월이 지나 괜찮을 것 같던 마음은 유경이 떠오르며 또다시 슬퍼집니다.
전쟁의 아픔을,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슬펐던 소녀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성우들의 연기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해서 오디오북으로 듣는 것도 추천합니다. 아픈 역사 속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소설로나마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 인터뷰를 봤는데 실제로 적군의 애인으로 활동했던 래빗 이야기는 실화였다고 합니다. 많은 증거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어느 정도의 실화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이자 전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생생하게 전해주는 소설이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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