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제게는 올해 읽은 최고의 책이라 꼽을 만한 책 두 권이 있습니다.
하나는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 언스크립티드>이고 또 하나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입니다. 두꺼운 책이어서 한 번에 읽어내려가기도 어렵고 도전해볼만한 용기가 쉽게 나진 않지만 책을 읽은 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할 정도로 좋은 책입니다.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를 이해하기 위한 깊고도 넓은 지식입니다. 하나의 역사책이자 과학책이기도 하며 사피엔스에 관한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어서 언젠가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시리즈를 전부 원서로 읽고 싶습니다. 사피엔스를 바라보는 유발 하라리의 흥미로운 관점들은 독자가 읽는 내내 곰곰히 생각해보게 합니다.
현대인들은 왜 건강한 음식보다 몸에 좋지 않은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저자는 고대 수렵채집 시대에서 답을 끌고와 답합니다. 3만 년 전 수렵채집인이 생활하던 시대에는 먹을 수 있던 달콤한 음식은 오로지 손을 뻗어 집을 수 있는 잘 익은 과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달달한 과일은 수렵채집인뿐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개코원숭이도 무척 좋아하는 달달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오기 전에 무조건 빨리 먹어치워야 합니다. 저자는 고칼로리 음식을 탐내는 우리의 습성은 본능적으로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왜 문명을 훨씬 더 뛰어나게 이룬 아시아인이나 잉카인, 이집트인이 세계를 정복하지 못하고 유럽인들이 세계를 정복했는 지에 대한 답도 들려줍니다. 유럽인들은 무지를 인정했고 자신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과학적이고 제국적인 마음가짐으로 세계를 정복해나갔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인도에서 인도인들조차 몰랐던 최초의 인더스강 유역의 문명인 모헨조다로 도시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고대의 설형 문자도 1830년대에 헨리 롤린슨이라는 영국 장교가 해독하게 됩니다. 이는 잊혀졌던 고대의 문명을 파헤치게 되는 주요 장치가 됩니다. 유럽인들은 끊임없이 과학적인 마인드로 '무지'를 파헤쳤습니다.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였습니다. 저는 행복이란 돈과 건강, 그리고 거기서부터 오는 시간의 자유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돈과 건강이 당연히 행복한 감정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행복감이라는 감정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가족과 공동체에서 오는 유대감이라고 합니다. 결국 사피엔스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크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
줄거리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피엔스의 역사를 네 가지 혁명으로 구분해서 서술했습니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그리고 과학혁명입니다.
1. 인지혁명
인지혁명은 지구상에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인간이라는 종족이 불을 길들임으로서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올라가면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구에서의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포식자는 힘으로 지배해왔기에 자신감이 가득했으나, 사피엔스는 한순간에 권력이 주어진 두려움 많은 독재자였습니다. 공포와 걱정으로 다른 종족보다 훨씬더 잔인하고 위험했습니다.
사피엔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고유한 언어'입니다. 사피엔스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으로 유연한 언어를 만들어내고 서로 소통했습니다. 그 어떤 동물도 사피엔스 이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예를 들어 신화나 종교에 대한 정보를 의사소통할 수 없었습니다. 사피엔스가 제국을 건설하게 된 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인 허구의 세상, 교회나 국가를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한 종족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 정도인데 사피엔스는 허구를 믿음으로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2. 농업혁명
사피엔스는 수렵채집의 시대를 거쳐 농업을 시작하며 한 곳에 정착하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농업혁명을 덫이라고 표현합니다. 농업으로 사피엔스가 전향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으나 훨씬 더 굶주리고 열악한 고통 속에서 살아남게 됩니다. 수렵채집인 시대에는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더 날렵했고 더 튼튼했으나 농업사회에서는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농업혁명이 어떻게 발생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오랫동안 연구해왔는데 이제는 어느 특정 장소에서 퍼져나간 것이 아닌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각기 다른 시기에 생겨났다는 이론에 어느 정도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3. 인류의 통합
돈, 화폐가 사용되면서 인류는 통합되기 시작합니다. 돈의 두 가지 보편적인 원리는 첫째, 보편적 전환성 둘째, 보편적 신뢰입니다. 우리 모두는 종이 한 장일 뿐인 달러 한 장을 적정 수준의 가치가 있다고 믿고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를 합니다. 돈은 종교, 언어가 다르고 서로 믿지 않더라도 모두를 하나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도구입니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며 제국주의 또한 등장합니다. 문화적인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 결정되는 제국주의는 대영제국이나 결혼 동맹의 합스부르크 제곡, 자발적인 동맹의 아테네 제국이 있습니다.
농업혁명 이후 종교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사피엔스는 동식물을 다스릴 수 있긴 하나 초자연적인 재해는 다스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농사가 잘 되기 위한 간절한 기도를 누군가에게 올려야 했습니다. 종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면서 고대의 애미니즘에서 다신교, 일신교로 옮겨갔고 또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도 생겨났습니다. 자유주의나 공산주의, 자본주의와 같은 개념도 종교를 초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다고 보면 종교와 다를 바 없습니다.
4. 과학혁명
과학혁명은 무지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현대 과학이 이전에 모든 전통적인 지식과 크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무지를 인정했느냐로부터 시작합니다.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현대 과학자는 훨씬 유연하게 탐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혁명과 제국주의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18세기에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재기 위해 태양의 일부가 금성에 가려지는 각기 다른 대륙에서 관측하고자 합니다. 이에 런던 왕립학회는 제임스쿡 선장을 여러 대륙에서 금성의 식을 관측하도록 파견하고 막대한 양의 천문학, 의학, 식물학, 동물학과 같은 자료를 확보합니다.
자본주의, 제국주의, 4차 혁명에 대해 작가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가,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 거시적이고도 유기적으로 접근하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작가의 생각을 책에서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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